보이지 않는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바다숲_제주 옛바다와 산호 展
 2019년 9월 15일 – 28일
제주옹기 숨 미술관 (담화헌, 주르레길 55)
오프닝 : 9월 15일 3시
제주 산호 뜨개

 

 

 

 

 

 

 

 

 

뜨개질로 만든 아름다운 산호숲과 제주 옛바다의 모습이 펼쳐지는 전시가 열린다. ‘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은 지난 1년 동안 4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산호뜨개를 하고, 21명의 해녀할머니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50년 전 바다의 모습을 기록해왔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바다로 가는 길을 내고 싶었다. 우리가 준비한 장비는 고작 털실, 코바늘, 녹음기뿐이었지만, 가느다란 실이 코와 코로 엮이며 꼬불꼬불 살아나기 시작하고, “삼춘, 첫물질 나갔을 때 바닷속이 생각이 납니까?” 질문을 시작하자 할머니들의 기억이 살아나왔다.

이번 전시는 지난 1년의 과정과 결과를 펼쳐놓는 자리다. 처음 코바늘을 잡아본 어린이의 작품도 있고, 평생 뜨개질로 자식들의 옷을 만들어온 할머니의 작품도 있다. 젊은날 15미터를 잠수한 상군해녀의 이야기도 있고, 평생 얕은 갯가에서 얕은 숨 닿는 만큼만 물질을 했다는 똥군해녀의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옛바다

옛바다로 다가가기 위해 오롯은 해녀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삼양, 우도, 보목, 법환, 화순의 해녀 21명을 인터뷰하며 바다를 기록했다. 여덟, 아홉 살이면 엄마를 따라, 친구들과 어울려 갯가 얕은 물통에서 미역이나 톳을 따며 물장구를 치던 아이들이 14살이 되면 깊은 바다로 첫물질을 나간다. 14살 소녀가 만난 바다는 해조류들의 숲, 생명의 숲이었다. 물이 빠지면 바다로 나가 10미터가 넘는 모자반 숲을 헤치며 소라와 전복을 찾고, 바닷속 돌동산인 ‘여’와 돌멩이가 깔린 ‘머흘팟’, 모래가 깔린 ‘모살팟’을 헤엄쳐 먹을 것을 얻었다. 바닷속은 모자반, 미역, 감태, 우뭇가사리, 듬북 등 해조류들로 과직-해서 해조류를 먹고 사는 생명들도 지깍-했다. 사시사철 풍성한 바다밭이었다.

모자반 숲/임형묵 제공

옛날에는 감태가 막 돌마다 이서. 그 중에 구젱기도 나고 전복도 나고. 몸, 몸이 막 길~게. 한 10미터 되여. 길이 어서가지고 그 몸을 헤치멍 우리가 시어났주게. (강금자, 화순, 73세)

멜 있잖아요. 멜이 그냥 온 바당에 덮어져가지고 진~짜 장관이었어요. 봄 되면 멜 배가 막 깡통 두드리멍 그거 건지레. 그걸 건져다 막 성산포에서 다 염장하고 그래. (김혜숙, 우도, 61세)

거북이는 용왕님이랜 해서! 용왕님이난, 막 서방들게 합서. 물건 많이 보이게 해줍잰 하고 절하는 거. 거북이 보면 어른들도 경했댄 해부난, 우리도 놀라지도 않고 영 해여. 그냥 막 인사 해여. (공순삼, 우도, 65세)

돌고래는 사람 해치지는 안해. “물알로~ 물알로~” 해가민 오당이라도 쓰윽- 허게시리 배때기 허영허멍 싸악 넘어가. 알아들어. 우럭창! 댕기젠 허연. 우럭창한 말이 많이 같이 간다는 거. (고미자, 법환, 65세)

사막이 된 바다

“제주도 연안, 전체 암반 48% 갯녹음 진행” (2016, 한국수산자원공단)

갯녹음/ 한국수산자원공단

지금의 제주바다는 그 옛날의 바다가 아니다. 갯녹음은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조류가 뒤덮어 암반 지역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다. 갯녹음은 해양오염과 연안개발, 수온상승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푸석푸석해진 돌 위에는 해조류 포자가 뿌리를 붙일 수 없어 갯녹음은 더욱 가속되고 바다는 사막이 된다.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 밑으로부터 하얗게 변해가는 거라. 하얗게. 호멩이로 돌을 이렇게 해보면 돌이 쿠석쿠석쿠석… 돌까지도 썩어져.(김혜숙, 우도, 61세)

물에 들어 영 보면, 산에 소나무가 막 충이 들어 죽어가난 그거랑 같으구나… 그 생각이 난게. 자연이 죽으면 사람도 죽어. 살 수 없잖아요. 바다에 해초가 없으면 고기도 못 살듯이 산에도 마찬가지라. 자연이 없으면 사람도 다 죽어. 작은 거부터 죽어가다 차차 큰것들까지…. 큰일이라. 잘 살수록 쓰레기 천지 아니, 제주도?(박영추, 화순, 80세)

산호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인간은 바다에서 먹을 것을 얻고, 거름을 얻고, 휴식을 얻으며 살아왔지만 우리가 돌려주는 것은 쓰레기와 오폐수였다. ‘오롯’은 바다에 대한 배반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의 무심함은 바닷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 물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금빛나팔돌산호 / 녹색연합 제공

오롯이 주목한 것은 ‘연산호’였다. 서귀포의 범섬-문섬-섶섬으로 이어지는 바다에는 아시아 최대의 연산호군락이 펼쳐져 있지만 이에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었다. 연산호군락은 산소를 생산하고, 물고기들의 산란장, 어린 물고기의 안전한 서식처가 되어 준다. 또한 작은 폴립(촉수와 강장을 가진 기초 생명체) 하나하나가 독립된 생명체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군체를 이루어 하나의 생명처럼 살아가는 산호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게 했고, 식물인 작은 조류와 공생하며 많은 산소를 생산하는 산호는 숲을 떠올리게 했고, 강정해군기지와 같은 거대 연안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산호는 인간에 의해 멸종된 생명들을 아프게 기억하게 했다.

강정등대 / 녹색연합 제공

산호뜨개, 바다로 가는 꼬불꼬불한 길

산호뜨개는 예술과 공예, 쓸모있음과 쓸모없음, 예술과 환경운동 등 우리가 만들어낸 여러 세상의 틀을 넘나든다. 우리가 학교를, 길을, 활주로를, 그리고 사고의 틀을 가장 경제적인 직각과 가장 빠른 직선으로 만드느라 해안가를 메우고, 산을 뚫고, 나무를 베고, 경계짓고 분류하는 틈바구니에서 산호뜨개는 느리고, 예측불허하고, 목적이 불분명하며, 꼬불꼬불하다.

제주산호뜨개

 

“산호를 뜬다고 산호가 살아나나요?” 물론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하던 것을 마음에 품으면서, 사람들은 바다를 염려한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이 놀라운 일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처음 산호뜨개 워크숍을 열었을 때, 두어 명의 친구들이 지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었다. 이 미비한 시작에서부터 지난 1년 동안 100여 번의 워크숍, 산호뜨개모임, 노동 파티, 강의, 컨퍼런스 발표 그리고 4회의 작은 전시회를 가졌고, 제주도와 서울에서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했다. 한번 온 사람들도 있고, 1년 내내 참여한 사람들도 있으며, 집에서 뜬 것을 가져와서 짠!하고 보여준 사람도 있고, 함께 있을 때만 뜬 사람도 있다. 누구는 음식을 가져왔고, 누구는 노래를 가져왔고, 누구는 이야기를 가져왔으며, 우리는 모두 자신의 무언가를 가지고 와서 너울너울 뜨개질을 했다.

환경운동으로서의 산호뜨개는 절망감에 빠져있는 우리를 꿈틀거리는 예술의 생명력으로 기운나게 한다. 기후변화시대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애도밖에 없으며, 문제를 일으키는 인류가 파멸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입장은 우리의 삶에서 무언가를 해볼 가능성을 없애버린다. 하지만 산호뜨개를 하면서 사람들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동들에 대하여 민감해지고, 자신의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바다의 상상과 바다에 대한 염려를 전한다. 그런 면에서 “나도 환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한 선생님의 떨리는 목소리가, “산호뜨개를 통해서 나 같이 평범한 아줌마가 변화하기 시작했어요”라는 신나는 고백이, “재미도 있지만 의미도 있는 산호뜨개를 만나서 내 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려요”라고 꿈꾸듯 말하는 청년의 말이, 깊게 울린다.

제주현대미술관 생태미술 산호뜨개

우리는 제주도 자연이 파괴되는 것과 마을공동체가 해체되는 것
사람들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과 산호가 파괴되는 것이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산호를 알리는 것으로
단절과 파괴와 개발의 시대에서, 연결과 살림과 보살핌의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
– ‘전시의 마음’ 중에서

이 프로젝트는 lush, 녹색연합, 아름다운재단, 오롯이 함께 합니다.

연산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www.softcoral.greenkorea.org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