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활동

삼촌의 오래된 물건 2017

– 선흘1리 어르신들의 오래된 생활도구들의 현황을 조사한다.
– 그 도구들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따비는 돌 많은 제주땅에 없어서는 안 될 농기구였다. 삼촌이 20년 전에 직접 만드신 따비를 지금도 쓰고 있다.
농사 이야기
화산섬 제주에서 농사짓는 일은 육지와 많이 달랐습니다. 바람이 심하고, 가뭄이 잦고, 물이 귀한데다가 농사지을 땅도 없어 산을 개간하고 일일이 손으로 돌을 골라 밭농사를 지었습니다. 선흘사람들의 주식은 보리나 좁쌀이었고, 보조 식량은 메밀, 산듸, 콩이었습니다.
산듸농사
*산듸 : 제주도 중산간 지방에서 재배되는 밭벼
 
물을 대는 논농사를 짓기 어렵던 제주에서는 밭을 갈아 산듸농사를 지었습니다. 선흘사람들도 지난해 메밀농사를 지었던 밭에 봄이면 산듸 씨를 뿌렸습니다. 산듸는 부지런하지 않은 농부는 지을 수 없는 농작물입니다. 산듸의 파종과 밭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땅에서 이 힘든 산듸농사를 지어온 것은 식개(제사) 때 조상님께 곤밥(쌀밥)을 올리고,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흰쌀밥은 평소에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고되고 정성스런 농사가 산듸농사였습니다. 제주도에 전승되어 온 산듸 품종은 뒈시리, 갈산듸, 원산듸, 산듸 등 네 가지인데 줄기와 낟알, 이삭의 색깔과 가시락(까끄라기)의 수가 각기 달랐습니다.
 
” 4월 되면 소 해서 밭을 갈아. 한 번 갈아난 다음에 한 달쯤 있다가 골갱이로 검질을 매야 되는 거. 한 번 더 밭을 풀쳐서, 이제는 4월 망종 전에 산듸 씨 뿌렁, 소 해서 갈아. 씨 심어지게. 그 다음에 몰로 볿아야 되여. 다져지게. 그믄 씨가 잘 나. 좀 자라면 솎으면서 검질도 매고, 가을 들어가면 수확해야 될 거 아니. 사람 손으로, 호미로 다 비영. 그걸 다 지어와야 행. 그러면 홀태 해영, 아니믄 도리깨로 두드려그넹, 산듸를 만들어 멍석에 말려야 되어. 그리고 클방애(방앗간)에 찧으러 가는 거라.좋은 산듸는 대가 보들보들해서 그걸로 신도 삼고, 메주도 달아매고, 전부 해놔서. 밥도 좋아. 뺀직뺀직뺀직허면서 맛도 좋아. 나룩을 갈면 제사 때나 잔치할 때 쓰고, 그리 아니한 때는 조팝, 피밥, 그걸로 생활을 했주. 숭년에는 밀주시(밀 껍데기) 그거 새도 안 먹는 거, 그걸 먹고 살았잖아. 배고프니까, 죽지 아니할라고. 한 삼사 십년 쯤 됐을까? 그때부터 정부미 먹었어. 맨날 쌀밥 먹으니까 기분이 좋았지.”
* 부홍룡, 고성군, 김금자
모물 농사
*모물 : 메밀
제주처럼 돌이 많고 척박한 땅에서 메밀은 더없이 좋은 작물이었습니다. 특히 재배기간이 길어도 100일을 넘지 않고 가뭄에 강하며 다 자라도 높이가 1미터도 되지 않으니 바람이 거세고 척박한 제주 땅에 이렇게 적합한 곡물이 또 어디 있을까요? 다만 알곡의 생김새가 삼각뿔 모양을 하고 있어 타작이 힘들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탁월한 소화효소를 함유하고 있는 무를 함께 먹는 지혜를 우리 선조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메밀은 제주의 대표적 구황작물이 되었습니다. 선흘사람들에게도 메밀은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작물이었습니다.
 
“소로 6월에 한 번 밭을 갈앙, 7월에 또 갈앙, 골을 쳐. 소말 똥을 태운 불치(재)에 모물 씨를 섞어서 그걸 심는 거라. 꽃다발 모양으로 벌어져서 자라. 꽃이 알뭇달뭇할 때 비료 쳐. 게맨 알맹이가 여물어. 음력 10월 초순 되면 사람 손으로 비엉. 밤에 나가 골 트고, 새벽에 나가 또 일하고, 용감하게 싣는 사람이 있어야 빨리 빨리 해.산듸농사 다 짓고 모물농사 지엉, 모물농사가 늦은 농사라. 그래서 사람도 늦은 애기 놓으면, “아이구, 모물농사로구나~” 했주.
모물로 미음도 해먹고, 밥에 섞어도 먹고, 가루 내서 범벅도 하고, 빙도 지져먹고, 돌래떡도 해먹고, 묵도 쑤어 먹고, 만두도 만들고, 사람 돌아갈 때 원미도 쑤고, 모물 어시면 안돼. 사람이 돌아가시면 상여가 마을을 돌거든. 길에 나왕 상 촐려 원미 올리고 뿌리고 했주. 모물로 죽을 쑤면 빨리 쑤고, 아픈 사람도 주고, 코싱코싱해~(맛있어~).”
* 김금자, 임영자
버쳐가멍(힘들면) 또 딴 사람이 왕 교대로 하고. 한 집이꺼 다 허면 딴 집이 꺼 하고, 수눌음으로. 제일 빨리 하는 게 그거라.
더불어 일한(수눌음) 이야기
수눌음은 제주도 특유의 미풍양속으로 육지의 품앗이와 같은 협동 노동이었습니다. 수눌음은 단순한 협업 노동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을에 힘든 일이 있으면 일시에 집단이 형성되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돕는데, 열 사람이 각자 자기 밭에서 열흘 동안 매야 할 일을 한데 모여서 매면 닷새 만에도 모든 밭을 맬 수 있었지요. 검질을 매거나 타작할 때 주로 수눌음이 이루어졌습니다. 여럿이 모여 일하며 노동요를 부르며 힘든 고비를 흥겹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검질도 스무 명이나 이렇게 모여서 같이 매는 거라. 한 사람은 춤 추멍 노래 앞소리를 이렇게 하는 거야. 경해야 지치는 걸 몰라. 옛날에는 약도 어서놨지, 다 이리 모여 매야지. 콩밭디나 산듸밭이나, 조팥에도 다 매야지.”
 
검질 짓고 골오른 밭에
앞 멍에랑 들어오고 뒷 멍에랑 나도가라
아아아~양 어어어~요
어야 디야 방아로고나
– 검질 매는 소리
 
“그때는 갑빠 꼴을 것도 어섰어. 새 비어낭 뚜껍게 꼴아가지고 그 위에다가 모물 때렸어. 이쪽에 네 사람, 저쪽에 네 사람, 여덟 명이서 도리깨질을 하는 거야. 사공질 하는 할망이 모물 아상 던지졍, 사공질 하졍, 노래도 하졍. 버쳐가멍 또 딴 사람이 왕 교대로 하고. 한 집이꺼 다 허면 딴 집이 꺼 하고, 수눌음으로. 제일 빨리 하는 게 그거라.
 
한 모루랑 놀고 가고
한 모루랑 쉬고 가자
어가홍아 어여하양 (에여하양)
어가호옹 어여하양 (에여하양)
– 마당질 소리
 
“이렇게 소리를 하며 때리면 지치는 것이 어서. 막 재미지게 해영.”
*임영자, 김금자, 고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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