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활동

숲의 조율

숲의 생명들은 각각의 고유한 주파수를 가지고 서로의 리듬에 조율한다.
새, 풀벌레, 개구리 소리 가득한 spectrogram
습지와의 조율 | 2016년 9월
밤의 숲에는 생명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2016년 9월22일 밤, 선흘의 어르신, 청년, 청소년, 그리고 마을의 작가들과 마을 밖의 작가들이 함께 동백동산의 밤을 기록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희미한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눈이 아니라 다른 감각들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 개구리가 놀라 뛰어 나가는 소리, 발아래 거친 돌들의 촉감, 바스락 거리는 나뭇가지의 소리가 우리를 먼물깍으로 안내했다.
이 작품에서 결과물은 습지와 조율하는 사운드, 어두움을 찍은 영상, 먼물깍의 스펙트로그램 이미지, 공감각적인 소리그림,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변화된 참여자들의 마음이다.
먼물깍에 머물면서, 자연의 소리에 조율하는 작업을 하였다. 소리 그래프의 형식인 스펙트로그램을 통해서 다른 주파수역대에서 노래하는 먼물깍 생명들의 소리를 듣고, 보았다. 또한 밤이 늦도록 채석장에서 들리는 파괴적 소음과 진동, 밤새도록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소리가 생명들의 소리를 멈추게 하고 움츠러들게 하는 것을 확인하고 기록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작업은 먼물깍의 생명들이 사용하는 주파수역대를 침범하지 않는 방법으로 인간의 소리를 내보고 화답을 해보는 실험이었다. “풀벌레처럼” 좁은 주파수대를 사용하고 낮은 데시벨로 소리를 내고, 일정한 리듬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풀벌레처럼 이야기하기
순천 자연환경 국제 아트페스티발 | 2016년 11월18일 ~ 11월 27일
순천만에 해가 지고, 1000여 마리의 흑두루미의 비상을 기다린다.
흑두루미의 소리를 그린다
백 마리 또는 천 마리의 철새가 동시에 날아오르고, 동시에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경이롭다. 철새뿐만 아니라 나방도, 나비도, 개구리도, 물고기도, 심지어 돌고래도 리더의 지시나 정해진 시스템 없이 동시에 움직이고 동시에 멈춘다. 그들은 서로의 신호와 움직임에 민감하게 조율을 하며 동시성을 가지고 하나로 움직인다. 사람 역시 개별적인 객체이지만, 인간이라는 개체군의 일부이기도 하며, 철새와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조율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은 조율을 통해서이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표정과 몸짓과 말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조율함으로서 내가 너와 함께 있음을 소통한다. 이번 아트 리서치/아카이브 전시/생태워크숍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사이 뿐만 아니고 사람과 다른 생명들이 서로 조율할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 연구해보고 있다.
몸의 조율: 철새처럼
조율2018 생태워크숍 1 |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소리들’의 일깨움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우리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상 기후, (초)미세먼지 등 기후변화의 문제는 더 이상 먼 나라나 특수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근대 이후 고조된 자연 지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재고하려는 노력이 이에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제는 역시 방법론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 시대, 자연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태도 변화를 어떤 방법으로 이끌어낼 것인가?’ 본 네트워크의 구성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미술치료사, 예술가, 환경운동가, 이론가로 활동하면서 기후변화 시대를 대처하고자 하는 각자의 고민과 언어들이 있었고, 궁극적으로 이 사이에 자리한 간극을 연결할 하나의 매개, 공동 작업이 필요하였다. 이는 비단 본 네트워크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전 지구적 시민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 본 네트워크는 ‘언어적’ 소통을 비로소 가능케 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공통적인 ‘공감’의 지점을 ‘비언어적/예술적’ 방법으로 확인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근대 도구적 이성 사용의 가장 큰 병폐는 한 마디로 ‘단절’로 규정된다. 근대 이후 우리는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감성의 단절(자아 내부)’, ‘나와 너의 단절(인간관계)’, ‘자연과 인간의 단절(생명 현장)’, ‘제도와 삶의 단절(사회)’에서 현대성의 어두운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자아는 분열되었고,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만 관계를 맺고, 자연은 파괴되고, 제도는 형식만 남았다. 삶의 전 영역에서 일어난 이와 같은 단절 현상을 극복하고자 본 네트워크는 ‘조율’ 개념에 착안하였다. 미학이론가, 미술치료사, 예술가, 환경운동가로서 우리는 자연과 생명, 관계성의 근원적 회복이라는 큰 주제 하에서 기후변화의 시대를 대처해 나갈 새로운 방법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미학이론가 임지연은 이론을 넘어 일상의 미적 경험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미술치료사 정은혜는 자연이라는 품 안에서 생태적이고 치유적인 작업을 한다. 예술가 황일수는 살아있음의 파동을 자연에서 배우고 예술적으로 재현하며, 환경운동가 윤상훈은 기후변화 시대의 피폐해지는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생명의 현장에 서 있다. 본 네트워크를 통해 ‘너와 나’, ‘자연과 인간’, ‘살아감과 죽어감’, ‘언어와 비언어’, ‘제도와 삶’ 사이의 단절된 관계성을 회복하고 우리 안의 공감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기후변화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성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형태를 시민들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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