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오롯
플라스틱 만다라

한겨레 <제주바다 '플라스틱 만다라' 프로젝트> 20200807

[이 순간] 제주바다 ‘플라스틱 만다라’ 프로젝트

‘죽음의 알갱이’들 거두어…바다 생명 향한 애도와 축복
미세플라스틱이란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플라스틱 만다라’ 작업을 통해 모아진 미세플라스틱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미세플라스틱이란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플라스틱 만다라’ 작업을 통해 모아진 미세플라스틱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단조로운 패턴의 모래를 쓸어 담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플라스틱을 발견할 때 모순적이게도 기쁜 마음이 듭니다. 예쁘거든요. 찰나의 그 마음을 포함해 모든 경험을 받아들이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절망에서 멈추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으니까요.”
정은혜 ‘에코 오롯’ 대표는 제주 바닷가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모아서 만다라를 만드는 환경운동·생태예술 프로젝트 ‘2020 플라스틱 만다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칭적인 원형의 문양으로 불교의 상징들을 배치한 그림인 만다라는 불화의 한 종류이다. 넓게는 자연의 순환을 나타내는 원형의 이미지를 총칭하기도 하는데 정 대표는 티베트 불교의 모래 만다라에서 영감을 받았단다. 티베트의 승려들은 며칠, 몇주에 걸쳐 색 모래로 정교한 문양의 만다라를 만들고 완성 직후 미련 없이 쓸어버린다. 그 모래를 모아 가까운 강이나 바다에 흘려보내는데, 만다라를 만드는 동안 그 모래에 담은 축복들이 물길을 따라 온 세상에 가닿기를 바라는 기도이다. 반면 플라스틱 만다라는 바다를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을 제주도 바닷가에서 거둬들여 만든다. 거두는 작업을 통해 축복을 내보내는 역설이 이 작업에 담겨 있다.

정은혜 에코오롯 대표(오른쪽 둘째)와 마을 사람들이 지난 3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작업실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분류하고 있다. 제주/이정아 기자
정은혜 에코오롯 대표(오른쪽 둘째)와 마을 사람들이 지난 3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작업실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분류하고 있다. 제주/이정아 기자
크기와 색상별로 분류 작업 중인 플라스틱 조각들. 제주/이정아 기자
크기와 색상별로 분류 작업 중인 플라스틱 조각들. 제주/이정아 기자
생태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로서 제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은혜 에코오롯 대표. 제주/이정아 기자
생태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로서 제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은혜 에코오롯 대표. 제주/이정아 기자

그러나 아무리 플라스틱을 주워도 해결할 수 없고, 없애기 어렵다.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기까지 약 500년이 걸린다. 이 작업에서 직면해야 하는 또 다른 절망감도 분명히 있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플라스틱이 온 세계와 이어진 바다로 나아가 생명을 죽인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만은 아니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을 발견했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기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쁘고 편리해서 플라스틱을 사용해온 내가 보인다. 이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나를 직시하는 과정은 불편하다. 그러나 심리치료사이기도 한 그는 서둘러 그 감정을 처리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불편해하기를 권한다. 그것이 우리 때문에 죽어간 많은 생명들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 방식일 수 있다. 지금껏 흘러온 우리의 삶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그 불편함을 직시해야 한다. 원인을 바로 보고 고통을 통과해야 그 뒤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정 대표는 생각한다.

모래 속에 숨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찾기 위해 절을 하듯 몸을 낮춰 끊임없이 모래를 쓰다듬는 ‘플라스틱 만다라’ 참가자들. 에코오롯 제공
모래 속에 숨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찾기 위해 절을 하듯 몸을 낮춰 끊임없이 모래를 쓰다듬는 ‘플라스틱 만다라’ 참가자들. 에코오롯 제공

모래 속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을 찾기 위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듯이 낮게 엎드린다. 한 참가자는 이 작업을 일컬어 ‘행동하는 기도’라고 표현했단다. 바다와 바다 생명에게 애도와 사죄를 보내는 의식이다. 더 많은 이들과 이 기도를 함께 하기 위해 정은혜 대표는 이달 15∼16일 녹색연합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플라스틱 없는 제주’ 행사를 연다. 이틀간 오후 2~6시 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서우봉 해변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채반으로 모래를 거르며 미세 플라스틱을 모을 계획이다. 제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20년 8월 7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56859.html?_fr=mt2#csidx2cc189c4000704f95ff4b73d16ee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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