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그림책 고치 만들어보게마씀 2016

삼촌, 그림책 고치 만들어보게마씀 2016

일흔 넘은 어르신들께서 생에 처음으로 붓을 들어 꽃을 그리고 나를 그리고 집을 그렸다. 연필을 쥐고 느릿느릿 글을 썼다.
험한 시절 만나 고생스럽고 바쁘게 살아오느라 뒤돌아볼 새 없었던 삶의 이야기 하나하나 꺼내보며, 어린아이도 되었다가, 청년도 되었다가, 새색시 새신랑도 되었다. 손뼉치며 웃으며 그리기도 하고, 눈물지으며 힘들게 써내려가기도 했다.
자화상 그리기와 마주 앉은 사람 그리기
 
떨리는 손으로 조심조심 선을 연결해 자기가 상상하는 자신을 그리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서로의 그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표정인가 헤아려 보는 과정도 즐거웠다.
상대방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선 뚫어지게 바라보아야 한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괜스레 웃음이 나 깔깔 웃기도 하며 서로를 그렸다.그리고 물감 작업을 이어 동백나무를 그렸다. 삼촌들에게 가장 친근한 식물 중의 하나인 동백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각자 자신만의 동백이 탄생했다. 각자의 개성이 한껏 드러난 동백들이 예뻤다.
너무 훌륭한 그림들이라 칭찬을 열심히 했는데, 삼촌들은 칭찬을 믿지 않는다. 선생님이라 무조건 잘했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진짜 정말 잘 그리셨다고 해도 믿지 않는 눈치다. 아.. 삼촌들이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그림을 그렸는지 아셨으면 좋겠다. 끊임없는 칭찬만이 방법이겠다.
나는 아무 분시도 몰난, 선흘 시집오라보난 젤 어려운게, 물질 젤 어려와서 살기가 너무 어려와서 고생이 말로 못하게 살다보난 어느새 칠십도 넘고
 
이야기 풀어내기
 
어떤 소재든 이야기가 시작되면 어르신들은 끝없는 이야기 보다리를 풀어 들려주셨다. 이야기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말을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어린시절 무얼하고 놀았는지, 무슨 노래를 부르고 놀았는지 하면, 놀았던 모습을 재연하기도 하고 다같이 합창으로 노래를 부르시기도 했다. 일제시대를 살아오셔서 이제는 일본말은 다 잊어버렸지만 노래는 일본말이 절로 나왔다. 
4.3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 삶의 중요한 기억이다. 대부분 80대 어르신들이라 10살 내외에 4.3을 겪으셨다. 온가족이 죽음 직전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야기,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이야기, 낙선동 성터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고생했던 이야기,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돌아가시게 된 이야기…
동백동산에 물 길으러 다니던 이야기에는 여자삼춘들의 침이 마르고, 남자삼춘들은 맥 짜고 가마니 짜던 이야기에 흥이 오른다. 제사 지내던 이야기에는 제사 음식 만들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살아오며 제일 잘한 일을 물으니 홍태옥 삼촌이 집에 불이났는데 동생들을 불길에서 구한 이야기를 시작하니, 집집마다 불난 이야기로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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